덥다고 칭얼거리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긴옷을 꺼냈습니다.
참 놀라운 계절의 변화입니다.
마당의 나무는 연두빛보다 갈색의 옷으로 갈아입는 듯하고 내년에 다시 볼 준비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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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친구네 집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공공기관 지방이주로 진주로 이사갔는데 진주사람들의 친절함에 매일 놀라고 있다고 합니다.
복덕방 아주머니가 복비를 받으면서 친구네 아이들에게 1만원씩 용돈을 주시고,
가스설치 기사님이 2천원을 깍아 주시고
택시 기사님이 친절히 대해주시고
아이가 거리에서 구토를 하니 앞 상가 1층 전자랜드 사람들이 자기 조카가 구토하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듯이 우루루 나와 구토물을 같이 치워주었답니다.
듣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서울과 멀리 떨어져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친절함도 보고 배워야 하는데 서울에서는 드물게 보니 더 각박해지는지도 모릅니다.
나부터 친절해야지라고 생각합니다만 가끔 상대방이 엉뚱하게 나오면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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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점점 알아갑니다.
부처님의 8정도를 매일 읽고 읊어도 알려주신 명상수련과 경전읽기를 매일 반복해도
배운 것과 다르게 저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욕망을 비우지 못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부처님 말씀이 맞구나 싶으면 바른 말씀에 기뻤다가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면 슬퍼집니다.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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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박사학위논문 1차 심사를 받았습니다.
눈은 뜨고 발은 걷고 있으나 머리는 계속 멍한 상태여서 교수님들의 말씀을 빨리빨리 알아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명민한 아이들을 보면 어찌나 부러운지요.
뭐라고 뭐라고 많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하반기가 또 후다닥 지나갈 것 같습니다.
논문을 세번째 쓰는데도 여전히 논문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연구에 입문한지 6년차인데도 뭐가 연구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요가에 입문한지 10년째인데도 여전히 요가가 뭔지 잘 모르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정승석 역주의 요가수트라 주석을 읽고 있는데 '이거 정말 요가공부 10년차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당탕탕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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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의 [일심일언]에서 지적한 대로 생각한대로 사는 법이 뭘까 궁리합니다.
생각따로 행동따로의 고통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궁리하지만 결국 부처님이 말씀하신 욕망을 버리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욕망을 버릴 수 있을까 하면 또 부처님이 말씀하신 멈춤과 통찰을 꾸준히 수련하고 방일하지 않으며 계행을 지키며 공부의 의무와 통찰의 의무를 다하는 것인가 싶습니다.
질문이 뱅뱅 돌아 다시 부처님의 말씀을 돌아오는 것 같아 마음이 또 무겁습니다.
멈춤이, 방일하지 않음이, 계행을 지키는 일이 가장 기초인데 어렵기 때문입니다.
